탐닉의 설계자들 - 다이키 신이치로

2021. 6. 5. 22:48Culture/Book

저자 | 다이키 신이치로

옮긴이 | 안선주

출판사 | 썸앤파커스

인덱스

1장. 직감 디자인

2장. 놀람 디자인

3장. 이야기 디자인

4장. 체험 디자인

요약

저자인 다마키 신이치로는, 유명 게임의 사례들을 UX의 개념을 통해 장마다 분석하며 유저들의 관점에서 마주하는 경험을 설명한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끔 단순 졸라맨으로 그려낸 게임 UX 사례들은 직관적으로 맥락의 이해를 돕고있으며 직감 디자인-어포던스-에서 시작해 체험 디자인으로 이어지는 책 전반에는 신이치로가 말하고자 하는 '게임 기획'이란 무엇인지, 그의 철학이 설계되듯 녹아있다.

 

직감 - 이야기 - 체험 순으로 이어지는 글의 서사에서, 저자는 사례를 통해 인지 심리학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어떻게 게임 인터페이스와 오브젝트에 반응하는지 보여주며 게임의 기본 설계 원리들 -예를 들어 리턴과 리스크 -을 설명한다. 또 책에서 나온 사례들은 닌텐도 슈퍼마리오, 젤다의 전설, 스퀘어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 등 2030대 이상의 게이머라면 누구나 알 법한 게임들로 UX나 기획을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각 사례별로 심리 패턴 혹은 설계 개념을 그림과 도식화된 이미지로 설명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탐닉의 설계자들의 도식화된 게임 사례들

 

이 책을 읽은 이유

가상 세계의 개념을 토대로 한 메타버스의 경험은 게임 속 경험과 유사하기 때문에, 기존의 게임 경험들을 토대로 VR을 설계하는 것이 도움이 될거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게임 기획에 관련된 책들 중에서도 인지 심리학과 UX와 연관이 큰 서적을 골랐다. 또한 <탐닉의 설계자>의 경우 슈퍼마리오나 젤다나 드래곤 퀘스트 중에서도 구체적인 장면과 이벤트가 묘사된 점도 이 책을 읽은 이유 중 하나이다. 이 케이스들을 통해서 이번 졸전 프로젝트 '인터랙티브 테스트' 구상에 적절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1장. 직감 디자인

직감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이것은 사용자가 서비스, 제품, 게임 등 무언가를 경험할 때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가설 - 시행 - 환희>의 과정을 디자인하는 과정이다.

 

이 디자인 과정에 대한 이해와 효과를 알아야 내 디자인에도 적용할 수 있다. 가설이란 사용자가 마주한 인터페이스와 어포던스를 통해 떠올리는 생각을 말한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말하자면, 가게의 문 앞에서 'PUSH' 글자를 보았을 때, '문을 밀면 문이 열린다'는 생각이 가설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 말하는 직감 디자인은 UX 디자인의 과정에서 가상의 유저 플로우를 작성하는 방법과도 제법 유사해 보인다.

 

이 UX 이론을 게임이란 분야에서 살펴본 시각이 가장 인상적인데, 직감 디자인을 위해 게임 디자이너는 컨텐츠를 관통하는 하나의 룰을 설계한다고 한다. 이 책에선 직감 디자인을 설명하는 컨텐츠로 '슈퍼마리오'를 든다.

위 이미지에서 생각해 보아야할 것은 다음과 같다.

  1. 사용자가 슈퍼마리오를 가장 처음 접했을 때, 어떤 가설을 세울까?
  2. 또 그 가설을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3. 디자이너는 무엇을 어떤 의도로 디자인했을까?

답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유저가 마리오를 클리어한 경험과 디자이너의 의도 순으로 이야기를 살펴보자. 유저는 게임 패드로 마리오를 오른쪽으로 횡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굼바가 나타나고 벽돌이 나타나고, '?'모양의 아이템 블록이 나타나고.. 그렇게 스테이지를 이동하다 보면 쿠파를 마주한다. 도끼로 다리를 끊는 순간 빌런 쿠파는 용암속으로 사라지고 마리오는 피치 공주를 구하는데 성공한다. 이 경험에서 가장 근본적인 사용성은 '오른쪽으로 이동한다'이다. 마리오를 오른쪽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유저는 결코 게임을 클리어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유저를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만들었을까?

 

여기서 디자이너의 설계가 빛을 발한다.

게임이 게임으로 작동하기 위한 '오른쪽으로 간다'라는 규칙은, 디자이너의 설계없인 작동할 수 없다. 이 룰은 가장 먼저 유저가 마리오를 시작한 순간 1-1 스테이지의 첫 장면에서 부터 자연스레 숨겨져있다.

왼쪽에 원경으로 자리한 산과 오른쪽을 바라보는 마리오, 오른쪽으로 누워있는 풀과 좌우 이동을 반복하는 구름은 유저로 하여금 '오른쪽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가설을 세우게 만든다. 유저는 이 가설을 시행하고, 마리오를 오른쪽으로 이동해 공간을 이동하는 기쁨을 누린다. 새로운 공간과의 첫 만남에서 새로운 가상 세계에 진입한 설렘을 느끼는 것이다. 또 다시 '오른쪽으로 이동한다'는 가설을 반복하면, 마리오의 적인 '굼바'를 만날 수 있다. 유저는 또 다시 새로운 적인 굼바를 만나며 가설을 세우고, 시행하고, 승리하는 기쁨을 얻는다.

 

이렇게 가설 - 시행 - 환희와 같은 일련의 과정은 유저 스스로 가설을 세워 쟁취하는 자기성취의 경험을 제공하고 계속해서 게임에 머무르고 게임을 추구하게 한다.

느낀 점

물론 이런 직감 디자인이 반복되면, 끊임 없는 태스크가 주어지는 데에 대한 스트레스가 생긴다. 이에 따라 등장하는 것이 제 2장의 '놀람 디자인'이다. 이렇게 저자는 유저에게 '재미와 성취감, 환희를 제공하기'라는 목적을 게임 기획의 1순위로 두고 기획 과정을 분석해 책을 통해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다.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 게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기분을 받을 수 있는데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 오늘의 글에선 1장의 일부만을 발췌해 정리했다.

또 전체 장을 읽어나가며 모바일과 웹 디자인에서는 익숙한 디자인 프로세스이지만 이 프로세스가 게임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발견에 놀라움을 느꼈고 이전에 게임, 웹, 모바일을 떠난 다른 분야에서도 체득한 직감디자인, 놀람디자인, 이야기 디자인, 체험 디자인을 나만의 방식으로 사용했었던 기억을 되살려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점은 각 장마다 UX 디자인 프로세스와 함께 그에 맞는 게임 케이스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단 점이다. 1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유저의 입장에서 부터 디자이너가 설계한 요소 하나하나 짚어가며 그 효과가 설명되어있는데 이전까지 내가 프로젝트 리서치를 하면서도 이런 심리학과 관련된 게임 경험을 대부분 웹 사이트의 개인의 경험에 기반해 수집해왔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졌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의 경험은 닌텐도 발인만큼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나 참고 자료들 또한 링크까지 첨부되어있어 실험 설계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