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드 인디고(2013, Michel Gondry)를 보고나서

2021. 5. 8. 21:31Culture/Film

영화를 보고나서 나의 감상.

사실 나는 이 영화의 존재를 국내 인디 가수인 CHEEZE의 동명의 곡을 듣고 알게 되었다.

영화에 깊은 관심이 없었기에 미셸 공드리 감독의 작품 또한 자세히 알지 못했고 낯설었다.

스포일러와 함께 영화를 보고 느낀 것들을 이야기해본다. 

 

1. 색색의 사랑

이야기의 시작에, 남자 주인공인 콜랭은 매우 유복하다. 그는 생계와 일에 대한 어떠한 걱정없이, 오직 감정과 사랑에 대한 고민을 품고 살고 있다. 그런 그는 파티와 여가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인연을 만나 사랑하길 꿈꾼다. 그리고 이시스의 강아지 생일 파티에서 마주친 클로에.

듀크 엘링턴의 클로에, 그녀를 만나고 그는 곧장 사랑에 빠진다. 현대와 다르게 신비롭고 새로운 세계관과 색감은 어색하고 낯간지러우면서도 설레는 분위기를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준다. 콜랭과 클로에가 함께 비글무아 춤을 추는 장면은 음악과 어우러지며 사랑이 시작될 즈음의 감정을 천천히 되새김질하게 한다. 이렇게 사랑의 감정이 커져가는 장면은 이어지고, 그 감정은 콜랭과 클로에가 구름에서 내려 지하 새장에서 키스한 순간 더욱 커진다. 어떤 사람이라도 알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맞이한 둘의 결혼식과 신혼 여행. 매순간은 사랑스러운 음악과 푸른 하늘, 날리는 봄기운이 함께한다. 사랑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이와 같으리.

 

2. 기다림은 단조와 같다

둘의 사랑과 행복은, 클로에가 터널에서 말했던 것 처럼 언제고 서로를 돕고 다음을 시도하며 영원할 줄 알았지만 클로에에게 다음은 기다림으로 변해버렸다. 그녀의 수련이 폐를 뒤덮고, 클로에는 병이 낫기를 기다리며 꽃 속에 잠든다. 콜랭은 그런 클로에의 병을 낫게하기 위해 일을 찾아 나서고, 치료비 마련을 위해 그의 발명품인 칵테일 피아노를 매각하기에 이른다. 둘이 함께하는 공간은 점차 색을 잃어가고 대화또한 점차 없어진다. 클로에를 위해서라면 일도, 피아노도 무엇도 다 내려놓은 그이지만 클로에가 쓰러진 후 단색으로 변한 겨울과 그들의 우울한 감정은 쉽게 지나가지 않는다. 이 순간은 언제쯤 지나가는 것일까. 오선지에 가라앉은 단조음처럼, 행복한 순간의 추억과 기대와 기다림은 현실의 바닥에서 그들을 희망에 지치게 만든다. 결국 클로에는 다음을 말할 수 없는 곳으로 떠나고, 콜랭은 떠올랐던 추억을 깊은 늪지 속으로 가라앉힌다. 

 

3. 사랑은 색을 가지고 있을까?

색은 누군가의 고유한 성질이라고도 말해진다. 그만큼이나 색은 고유한 성질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또 하나의 색은 인지한 순간에 사람에게 아주 깊은 이미지를 남긴다.

사랑은 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색이 다가오는 순간엔 강렬하게 빛을 발하고 멀어지는 순간엔 보기싫은 색으로 변질해버린 것이다. 

 

결국, 가까이 있을 때 빛나고 멀어질 때 흐려지는 것이 사랑이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렇다.

 

항상 가까이 있고, 나의 시간을 그와 같이 보내며 멀어지지 않는 인연은 있을까.